[육아일기] 잠깐 한눈판사이 커피 뒤집어 쓴 채령이
정말 큰일날뻔 했다.
낮에 커피한잔이 생각나 커피를 끓여 방 화장대위에 잠시 올려놓았는데 일이 터졌다.
평소 뜨거운것에 손을 데지 않는 채령이라서 아무생각 없이 손 닿이는 곳에 놔둔게 화근이 된것이다.
갑자기 들리는 자지러질듯한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서 보니 온몸에 커피를 뒤집어 쓰고 바르르 떨며 울고 있는 채령이가 눈에 보였다.
평소에 화상에 대비해 응급처치 방법을 알고 있었던 터라 본능적으로 채령이를 안고 싱크대로 달려가 흐르는 차가운 물에 채령이를 씻겼다.
차가운 물이 닿자 채령이는 더 많이 울었다.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빨강게 달아오른 상태였고 많이 심각한것 같지 않아보였지만 화상은 처음엔 경미하더라도 가만두면 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집 근처 병원으로 달려갔다.
새로 생긴 소아과인데 처음가는 곳이었다.
평소 채령이가 다니던 소아과까지 가기엔 마음이 너무 급했다.
다행히 병원엔 손님이 없어서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의사에게 채령이를 보여주니 아직 어느정도인지 알수 없으니 집에 데려가서 찬물로 자꾸 씻어주란다.
좀 황당했다.
어느정도 심한건지도 말해주지도 않고 두고봐야 한다고 하고, 어떠한 처치도 해주지 않는 의사에 잠시잠깐 화가나기도 했지만,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거라곤 기껏 차게 식혀주는 일 밖에 없는거라면 집에가서 직접 처지를 해주는게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집이 잡히거나 부어오르면 다시 병원으로 오라는 말을 듣고, 상처에 바르는 연고 처방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신랑한테 연락을 했더니 부리나케 달려왔다. 심한건 아닌것 같다고 오지말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딸래미 걱정이 많이 되긴 되나부다.
쇄골부분이 빨갛게 반점이 생겨있고 달아올라 있었다.
추운날씨에 찬물에 씻기기는 애매한 부위라 찬물에 적신 거즈를 대어줬는데 이녀석이 짜증을 내며 자꾸만 운다.
데어서 아픈거보다 차가운게 싫은듯한 눈치다.
몇번을 거즈로 대어주다가 그냥 연고를 발라 거즈로 덮어 옷을 입혀놓았다.
아픈건지 안아픈건지... 그러고는 평소와 똑같이 잘 논다.
한숨돌리니 그제야 정신이 든다.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지고 마음이 아프다. ㅠㅠ
그나마 심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앞으로 정신차리고 살라는 계시가 아닌가 싶다.
갑자기 팔이 욱신거리고 아파왔다. 급한 마음에 채령이를 팔에 안고 병원까지 달려갔다 와서 그런가부다.
낮잠을 한숨자고 일어나니 상처부위가 점차 가라앉는게 보였다. 정말 다행이다.
완전히 다 나을때 까지 흉터 안남게 잘 관리해줘야겠다.
불과 몇일 전에도 아기들 화상에 대해서 시어머니와 대화를 나눴던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난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일이 터지니 매사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온종일 커피가 땡겼지만 먹을 수 없었다.
이제 커피만 보면 오늘 일이 떠오르지 싶다...아~! 커피를 끊어야 하나?
아기가 화상을 입었을때 응급처지 및 치료